인권위, 유엔특별보고관 조사・방문 요청…‘安 성추문’·의회 의석수 변화 폐지 가능성↑

충남도민 인권조례 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하는 도의회 재의(再議) 절차를 앞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공조’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의 주도로 본회의장에서 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되자 안희정 전 지사는 의회에 유감 표명과 함께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인권도정을 강조한 안 전 지사가 여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불명예 사퇴해 동력은 급감했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의회 원구성도 인권조례 존치에 불리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 확정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한 마당에 나온 인권위의 국제사회 공조방침은 그 여파가 도계(道界)를 넘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권위는 지난 6일 유엔 성소수자특별보고관에게 조속한 국가방문을 요청하는 서한을 이성호 위원장 명의로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특별보고관은 유엔의 특별절차로, 특정국가나 특정주제의 인권상황을 다루기 위해 설치된 독립적 인권전문가다.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국가방문을 하며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게 임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금강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단체의 의견에 따라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전체 지역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 제정된 인권보장체계를 후퇴시키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며 “우리 위원회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도의회가 곧 재의결을 해야 하므로 시기적으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특별보고관의 조속한 방문을 요청했다”면서 “특별보고관은 인권위의 전후 사정 설명을 토대로 정부를 통해 인권조례 폐지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방문 등 여러 옵션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역현안에 대해 인권위가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공식 촉구하고 나섰지만 안 전 지사의 성추문과 맞물려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공산이 큰 인권조례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권조례의 운명을 결정할 도의회도 폐지 재확인에 무게를 싣는다. 기초단체장 출마를 이유로 도의원 4명(한국당 1명·민주당 3명)이 사퇴하면서 한국당은 인권조례 폐지 정족수를 이미 확보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하는데 현재 재적의원 36명 전원 출석을 가정하면 한국당 24명 의원만으로도 폐지안 재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윤석우 전 의장의 사임으로 임기 3개월여 남은 10대 의회를 이끌게 된 유익환(한국당·태안1) 신임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권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은 한국당 당론과 바른미래당 협조로 이뤄졌다. 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지만 그런(폐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 강행을 시사했다. 의회는 내달 3일부터 12일까지 제303회 임시회를 열고 조례 제·개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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