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정국 선거법보다 무서운 미투

민선 7기 기초단체장 후보로 거론돼 온 충청권 정치인 A 씨. 6·13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 복귀가 예상됐던 그는 돌연 출마 의사를 접었다. 명분은 소속 정당의 더 큰 승리를 위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A 씨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미투’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지저분한 과거가 폭로되는 것이 두려운 그가 한순간에 그간 쌓아온 명예마저 무너질까 하는 걱정으로 출마 의지를 접은 것이데, 자신의 퇴장을 ‘통 큰 양보’로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처럼 지지세가 확산되지 않아 고민 중인 충청권의 한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B 씨는 미투로 인해 조만간 낙마할 것이란 루머에 휩싸여 있다. 제대로 바람을 일으키기도 전에,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접어들기도 전에 그가 선거 무대에서 ‘아웃’될 것이란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이처럼 6·13 지방선거 정국에 특정인의 성폭력 전력(前歷)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까지 단칼에 날려버리는 미투의 위력이 선거 지형을 물밑에서 요동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선 ‘안희정 쇼크’의 진원지인 충청권에서 과연 누가 미투의 첫 희생양(?)이 될지 주목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중에도 대놓고 말은 못하고 미투로 인한 불똥이 혹여나 자신에게 튈까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미투가 정적을 곤경에 빠뜨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미투 폭로의 당사자로 지목된 우건도 더불어민주당 충주시장 예비후보의 경우 22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김 모 씨에 대해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청주지법 충주지원에 제기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강요,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김 씨를 충북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우 예비후보 측은 “김 씨가 지방선거의 여당 유력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김 씨의 불법 행위가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개인적인 명예도 심대하게 훼손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라고 항변했다.

우 후보를 둘러싼 성추행 논란은 지난달 23일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우 예비후보가 과거 충북도청에 근무할 당시 인사권을 가진 직위를 이용해 하위직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라는 김 씨의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는데, 이후 우 후보가 반박하고, 김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성추행 피해를 거듭 주장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보다 무서운 게 미투인 것 같다. 미투가 부적격 후보들을 걸러주면 선관위 직원들이 해야 할 일도 크게 줄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