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더 포스트'는 1971년 언론이 베트남전쟁의 비밀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보도한 사건을 다룬다.

'뉴욕타임즈'의 보도로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자 정부는 국가의 기밀이 유출됐다며 언론에 후속보도를 금지시키기에 이른다. 한편 대통령 일가의 결혼식 기사를 1면에 다룬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즈'에 물먹은 것을 한탄하며 뒤늦게 후속기사 보도에 힘을 쏟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어렵사리 기밀문서를 입수하지만, 위기에 놓인 언론사 수장인 캐서린은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영인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 편집장인 벤은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기밀문서를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사진들은 신문이 폐간될지도 모른다며 보도를 말린다.

고민하던 캐서린은 자신과 회사를 걸고 상황에 맞선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의 회사도 아니고 남편의 회사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기보다 그녀만의 신념을 밀어붙인다. 그녀의 캐릭터 변화는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전 파병 반대 시위에 나선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캐서린의 변화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7천 페이지에 이르는 ‘펜타곤 페이퍼’를 머리 싸매며 기록하는 기자들이나 교열, 편집을 거쳐 인쇄에 이르는 편집국의 치열한 모습은 왠지 뭉클하다. “뉴스는 역사의 초고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이 지는겁니다”와 같은 정의로운 대사도 쏟아낸다.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정부와 송사하게 된 언론은 법원으로부터 이런 판결을 받는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경제논리와 속보전쟁 앞에 기사다운 기사를 찾는 일은 어려워졌다지만 교훈은 지금에도 적용된다. 경제논리가 사회 전체를 위압한다할지언정 워싱턴포스트처럼 깡(?)이 있는 언론사도 분명 존재해야 한다. 사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지켜낸 언론의 자유는 쉽게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었다. 생존을 건 일이었다. 투자자들의 투자가 철회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기사의 수준이 수익을 결정한다”는 캐서린의 신념은 결국 세상을 바꿔놓았다. 4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영화가 선사하는 메시지는 작금 언론의 현실을 꿰뚫고 허를 찌른다. 탄압에 맞선 언론과 사회적 편견에 맞선 여성, 거장이 꺼낸 이 두 가지 중요한 화두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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