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찾아든 퀴어영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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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영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서 전세계에서 제작·상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르를 대하는 ‘열린 마음’이 아쉬울 뿐 시선을 거부하거나, 다른 시선과 입장이 있음을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만도 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취향’이 유일한 진리임을 인정하라고 강요해서든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주는 로맨스의 계절인 봄에 찾아온 퀴어영화 3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개봉│2018. 03. 22

감독│루카 구아다니노

출연│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엘리오의 처음이자 올리버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을 원작으로 ‘전망좋은 방’, ‘하워즈 엔드’, ‘남아있는 나날’ 등을 연출했던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2015년 ‘트랜스포머’에서 샘 윗윅키를 연기한 샤이아 라보프를 주연으로 아이보리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을 계획이었지만 주연배우의 기행 등으로 인해 제작이 무산됐다고 한다)

동성간의 사랑을 다루고는 있지만 열 일곱 소년의 순수하고 애틋한 첫사랑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사랑의 달콤쌉싸름한 기억을 변주하듯 통통 튀어오르는 빗소리와 라벨, 바흐의 피아노 선율은 사랑의 빠진 소년의 풋풋한 설렘을 두드리고 흔들어 깨운다.

 

◐환절기

개봉│2018. 02. 22

감독│이동은

출연│배종옥 이원근 지윤호

고3 아들 수현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미경. 수현은 엄마에게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지만 착한 아들이다. 어느 날 수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용준을 데리고 와 함께 지내게 된다. 몇 년 후, 군에서 제대한 수현은 용준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진다. 식물인간이 된 아들 수현의 투병생활을 곁에서 지키는 미경은 혼자만 멀쩡히 돌아 온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수현과 용준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데….

이동은, 정이용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원작자인 이동은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아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공식초청돼 ‘관객이 뽑은 최고의 작품’인 KNN 작품상을 수상했다. 성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들과 아들 친구의 숨겨진 비밀과 마주하게 되면서 인생의 ‘환절기’를 맞게 된 엄마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서로를 밀어내고 받아들이는 겨울과 봄처럼 - 저마다의 아픔과 회한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심리를 - 이 심란한 계절마저 그저 받아들이면 그만이라고 위로하듯 절제된 화면에 담담하게 풀어냈다.

 

◐120BPM·120 Beats Per Minute

개봉│2018. 03. 15

감독│로빈 캄필로

출연│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아르노 발로아

1989년 파리, 에이즈의 확산에도 무책임한 정부와 제약 회사에 대항하는 '액트업파리'(ACT UP PARIS)의 활동가들은 오늘을 살기 위해 1분 1초가 절박하다. 새롭게 단체에 가입한 '나톤'(아르노 발노아)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션'(나우엘 페레즈 비스키야트)과 함께 차가운 시선에 맞서 뜨겁게 사랑하며 투쟁한다. 하지만 이미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션', 그를 향한 '나톤'의 사랑은 거침없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그들은 다시 거리를 향해 나서는데….

영화제목인 ‘120BPM’은 1980~199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하우스 음악의 사운드 리듬을 뜻한다고 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경쟁부문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 퀴어종려상으로 3관왕에 이어 이달초 제43회 세자르영화제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 신인남우상, 남우조연상을 휩쓸며 평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작품으로 1987년 출범한 국제적인 에이즈 운동단체 ‘액트 업 Act Up’ 소속 프랑스 활동가들의 사랑과 투쟁을 다루고 있다.

1980년대 게이로서 에이즈 공포 속에서 살아온 로빈 캄필로 감독은 ‘액트 업’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영화 속에 녹여내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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