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악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여인이 있었다. 대표적인 음악계 부부로 언급되곤 하는 슈만과 클라라. 슈만에게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 영감을 주고 헌신하는 아내 클라라가 있었기에 평생을 괴롭히던 우울증과 정신 질환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다. 낭만파 대표음악가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바리톤 양기철에게도 아내 산골시인 송정빈은 그런 존재였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송 시인은 그를 묵묵히 뒷바라지했다. 그 덕에 그는 ‘충청지역 오페라 발전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민화를 대하는 뭇사람들의 태도는 어느덧 무관심이다. 전통과 민족정신을 담은 우리 그림 민화는 예술성은 물론 역사적 가치도 우수하다. 그러나 요즘은 알아주는 이가 없다. 이대로면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게 자명하다. 박종희 작가는 그런 와중에도 전통 명맥을 이어가며 대중들에게 민화를 알리고 있다. 그는 말한다. 민화는 삶의 중심이자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박 작가는 민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얻으며 이를 지역민들에게도 전파하고 있다.◆민화와의 첫 만남그가 처음부터 민화를 전공한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 영혼을 울리는 아리아, 우아하면서 섬세한 라이브 오케스트라. 세련된 고전의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서트 오페라가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라 보엠’이 그것이다. 라 보엠은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대전 관객을 찾을 이 공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연출가부터 주·조연 모두 지역 출신의 젊은 인재로 꽉꽉 채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상호 연출
백범 김구 선생은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라는 말씀을 숱하게 하셨다. 인간 유필조가 공연기획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1990년대 초반 공연예술계는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당연히 따라갈 이정표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뒤따라 올 후배를 위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맘먹었단다.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고민하라’는 마인드로 걸어간 수많은 발자국으로 문화불모지 대전은 일류문화도시로의 도약 준비를 마쳤다. 1세대 공연기획자, 유필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팀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여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을 이루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달래는 이는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소프라노 전혜영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어린 시절 청소년합창단 노래에 감명받아 성악을 시작한 그는 가족들의 근심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성악과 재능을 믿었다. 그 결과 전 소프라노는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유러피안의 음색을 가진 동양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산타체칠리아 주관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음악회 오페라 ‘La Traviata’의 주역 비올렛타 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그는 2021
전통음악에 미디어아트가 더해진 화려한 빛의 잔치가 대전에서 열린다. K-POP, K-클래식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동안 정작 민족음악의 뿌리인 국악은 우리 관심 밖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상에서 국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다. 가려진 우리의 국악을 화려하게 조명하고자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 새해진연: 조선의 빛’ 공연을 앞두고 이승훤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예술감독을 만났다.공연을 기획한 이 예술감독은 전통음악이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어떻게 하면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늘
국내 유일의 동·서양의 고(古)음악 축제인 제9회 바로크 음악제가 지난 4일 앙상블 쏘토보체의 ‘요정여왕’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15년 고(古)음악을 복원하고 원전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시작된 음악제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한국 고전음악도 연구·복원하며 매년 관객들을 찾고 있다. 황하연 음악제 총감독을 만나 무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양음악의 근간 ‘바로크 시대’바로크 시대를 상상하면 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일그러진 진주’가 별명이 생각난다. 하지만 왜 이런 별칭을 갖게 되었는지, 바로크 시
살아가면서 삶 속에는 제 의지만으론 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정말이지 깨닫기보다는 느껴야 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역시 운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의 걸작 중 ‘운명의 힘’이 있는 걸 보면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고민했던 그 운명의 힘이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오페라로 탄생했다. 대전예당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지중배 지휘자로부터 무대 뒷이야기를 들어본다.◆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관현악의 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이후 3년여 만의 재회다. 험난한 시기, 당장은 힘들어도 문화예술의 끈만은 결코 놓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에 '맨땅에 헤딩' 하듯 대전문화예술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힘 모으기에 나섰던 그다. 문화 예술의 새로운 도약, 행복한 문화 나눔, 문화 예술의 등불이 되겠다던 그때의 포부는 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고해정 대전문화예술지킴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다시 만났다.◆트레이드 마크 ‘감사콘서트’문화 예술 산업 종사자부터 공연장 시스템 관리인, 음악인, 작가,
일명 K-팝으로 상징되는 한류가 순수예술과는 무관한 대중예술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순수예술 장르에서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미적 보편성을 지닌 작품 창작에 주력할 때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무용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전통의 현대화를 지향하면서도 세계인의 심미안(審美眼)을 자극할 공연적 요소가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춤은 비언어 예술로 만국 공통어다. 최근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공연을 다녀온 대전시립무용단 강영아 수석단원·김창은 부수석단원·장재훈 상임단원을
음악이 아름다운 건 우리가 정한 게 아니라 태초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만드는 건 본능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는 늘 있고 거기에선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그 중심엔 음악가들이 있다. 특히 대전에선 39세 이하 청년음악가들이 대전시민교향악단의 이름으로 뭉쳐 시민들 앞에서 억눌려 있던 예술적 욕구와 재능을 맘껏 폭발시키고 있다. 김덕규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을 만나 50명의 구성원들이 카타르시스 가득한 무대 위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등 기악을 전공한 지역 청년 5
19세기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인 고티에의 대본으로 완성된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 ‘지젤’이 대전 무대에 오른다. 지난 1841년 파리오페라극장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세계 발레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탄탄한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걸작 중 하나다. 3일부터 4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내한 공연을 앞두고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을 만났다.1669년 창단된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최고의 권위를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과학과 문
문화의 경계선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이른바 융합과 크로스오버(Cross-over)가 보편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음악의 크로스오버는 어떠한가. 듣도 보도 못한 국악재즈, 팝페라,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크로스오버가 하나의 장르로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현아(39)·박지혜(38) 씨를 만났다.◆국악 대중화의 가능성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국악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경력으로 따지면 벌써 30년의 세월이다. 사람 마음이란 게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뀐다고 하는데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지금까지도 지 씨에게 변하지
사람은 늘 고민하고 방황하며 성장한다. 혼란을 겪다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으면 어느샌가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인다. 괴테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그가 방황하는 인간, 인간의 불완전한 숙명을 그린 작품이 희곡 ‘파우스트’다. 대전예술의전당은 22일부터 25일까지 앙상블홀에서 열일곱 번째 제작연극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공연이 아니라 읽기 위한 작품으로 쓰여서 극적 내용 대부분이 주인공 대사 속에 녹아있는 대신 언어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연극에선 어떨까. 이준우
오페라 문턱 낮추기 위해선우리말·정서 담은 공연 해야큰 무대보다 소극장 공연 통해대전 오페라의 힘 키워갈 것창작오페라 ‘코스모스를…’10일 동구청 공연장서 첫 선 관습보다 관중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예술 분야를 꼽으라고 하면 오페라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음악은 예술 중 가장 느끼기 쉬운 분야라더니 이 바닥에서 그다지 조예가 넓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페라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존재다.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듣고만 있지, 내용은 자막을 통해 알음알음 이해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고퀄리티겠지만 대부분은 그들만의 잔치
관찰력은 인간이 가진 위대한 인지능력 중 하나다. 무엇보다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관찰력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지적 능력이다. 자연의 위대한 관찰자이자 탁월한 스푸마토(Sfumato) 기법의 창시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여인을 창조했고, 허리 꺾이는 고통 속에서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눈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기적에 걸맞는 천지창조를 만들어냈다. 미술작가의 삶을 시작한 그가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훗날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아트랩대전에 참여하고 프랑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중 가장 비극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토스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3막으로 구성된 토스카에는 고문과 살인, 자살과 배반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온갖 부정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토스카는 아름답다. 극의 구성이며 무대효과, 매력적인 선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뜨겁게 끓어오르게 한다. 지금껏 토스카가 오페라 역사상 가장 찬란히 빛나는 위대한 작품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대전예술의전당은 2018년 ‘라 보엠’, 2019년
현대무용의 매력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 현대무용에 몸담은 이들은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자기만의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그런데 지역에선 현대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는 삼남매가 있다. 현대무용가 정수동(38)·정진아(36)·정건(33) 씨가 그 주인공이다.지난 25일 막을 내린 제21회 뉴댄스국제 페스티벌 무대에 삼남매가 나란히 섰다. 각자 따로 활동해 온 삼남매가 사상 처음으로 막내의 작품 ‘미팅’으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역사적 하루다. 삼총사의 맏이 수동 씨는 “나를 비롯해 진아나 건이
그의 작품은 도전의 산물이다. 다양한 매체, 비형식적 작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의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그럼에도 작품 속 이미지들은 조작되거나 왜곡되지도 않은 순수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술은 그에게 감출 수 없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의 기능을 충실히 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객관적 시각에서 작품을 살펴보게 만든다. 온전한 회화만을 탐구해 온 이경희 작가를 만났다.세상은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까닭에 간혹 상처를 받기도 한다. 변하는 세상에 서서 홀로 멈춰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때가 바로 용기를 내 한
사진에 찍히는 것은 자신이 한 장의 이미지가 돼 누군가의 눈앞에 보여지는 대상이 되는 걸 뜻한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작업에 몰두하며 그는 ‘나’에 대해 고민한다. 카메라 너머에 있는 대상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내는 김기훈 작가를 만났다.유학을 핑계(?)로 오래 놀고 싶어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다가 귀향한 그는 이응노미술관 아트랩대전을 기회로 또 한 번 삶의 위안을 누리고 있다. 유학 생활을 마감하고 올 4월 귀국한 김 작가를 보며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살다 성체가 되면 제가 태어난 강을 거슬러 돌아오는 연어가 떠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