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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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결론은 똑같다. 전년 대비 얼마가 올랐고 그 와중에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똑같다. 물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오르는 건 맞지만 평균 잡은 비용이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관련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조사 기관마다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실상과 다른 건 마찬가지다.

24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28만 1000원, 대형마트 38만 원 선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전통시장은 8.9%, 대형마트는 5.8% 오른 수준인데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게 이 기관의 설명이다. 지난해 내렸던 과일류와 채소류가 20% 넘게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고 축산물 가격도 장바구니 부담을 거들었다고 분석했다.

하루 앞서 차례상 비용을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얘기는 좀 다르다.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마트에서 성수품 2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차례상 준비 비용은 전통시장 27만 8835원, 대형마트 34만 3090원 등 평균 31만 963원으로 지난해 31만 3004원보다 2000원가량 낮아졌다고 밝혔다. aT의 조사에서도 사과, 배 등 과일값이 강세인 점은 같았지만,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 설 성수기보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비용은 두 기관이 대동소이하나 대형마트 장보기 비용에서 약 3만 7000원 차이가 난다. 단서가 있긴 하다. 정부의 할인 지원과 대형마트의 자체 할인 판매가가 반영된 값이라는 것이다. 할인을 통한 희석의 결과물이니 이를 감가하면 양측의 계산은 엇비슷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민간기관과 정부기관이 조사한 품목별 차례상 액면 비용이 다른 건 혼란을 초래해서 신뢰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비자들은 괘념치 않는 분위기다. 차례상이라는 게 지방마다, 집안마다 다른 법이어서 기준 삼기가 뭣 하지만 시류에 맞게 간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정부 등이 산출한 비용은 비현실적인 탓이다. 소비자들의 물가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쳇바퀴 도는 가격 조사가 무의미한 이유다.

정부는 설 차례상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할인지원율도 최초로 30%까지 상향 조정키로 했다. 시의적절한 조치다. 고물가 시대일수록 가격 동향에 예민해지는 만큼 형식적인 차례상 비용 조사는 안 하니 만 못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속사정을 알아야 국민의 부담을 읽고 지원을 해도 제대로 하지 않겠는가. 실재에 가까운 차례상 예시를 만들어 체감지수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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