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내달 1일부터 60세 이상이면서 기준 중위 소득 150% 이하 어르신을 대상으로 경로식당 급식비를 지원한다는 훈훈한 소식이다. 실비 4000원 중 2000원을 지원해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 공짜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절반만으로도 심리적, 경제적 포만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사회에서 따뜻한 밥 한 끼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하물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경로식당을 찾는 노인들이다. 배려의 손을 내민 수수한 행정의 본보기라 할만하다.

시에 따르면 그동안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끼니를 거를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 약 2800명에 한해 관내 25개 경로식당에서 급식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한정된 인원을 제외한 어르신들은 4000원을 내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식사를 해야 했으니 어쩌면 박탈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편이기는 하나 통상적인 밥값과 견줘서 그렇고 벌이 없는 노인이라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시에서 산출한 경로식당 일반 이용자는 560명 정도지만 50% 할인 대상을 1000명으로 넉넉잡았다고 한다. 적어도 이들만큼은 4000원이 아닌 자부담 2000원으로 마음 편히 한 끼를 해결함으로써 쌈짓돈에 조금이나마 여력이 생기게 됐다. 다만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소지는 다분하다. 밥값이 저렴해지면서 자격 여부를 떠나 경로식당을 찾는 발길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매월 일반 이용자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 가며 계획에 반영한다고 하니 유연하게 대처할 줄로 믿는다.

이번 ‘경로식당 일반 이용자 어르신 급식비 지원사업’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들여다보게 된다. 고령사회의 민낯은 단순히 노인 인구 증가를 넘어 노인 빈곤이라는 사회 현상을 끄집어내고 있다. 통칭해서 경로식당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대전에만 25곳이 운영 중이고 무료 급식을 포함해 하루 평균 3300명 넘게 이용 중이라는 현황은 외면해선 안 되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초고령사회에 다가가는 시점에서 노인 복지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복잡다단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 노인들을 건사하는 게 당면 과제다. 급식비 지원은 단편적이기는 하나 행정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모범 사례로 썩 괜찮다. 노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추진해야 할 필요성은 대전시의 의지로 확인됐으니 든든하다.

울산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인 해당 사업은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의 공약이라고 한다. 때로는 화려한 이벤트보다 수수한 행정이 공감을 사는 법이고 예산이라는 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온도를 달리하기 마련이다. 노인 문제를 넘어 선한 영향력을 미칠만한 행정을 구현해주면 좋겠다. 그런 일은 크게 티 나지는 않아도 잔상은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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