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전시
사진= 대전시

대전시의회가 학교 주변에서 마약 관련 문구를 포함한 상품명과 상호를 쓰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고 나섰다. 두 건의 조례안 중 ‘대전시 마약류 상품명 사용문화 개선 조례안’은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고 ‘대전시교육청 교육환경보호구역 마약류 상품명 광고사용 개선 조례안’은 29일 심의하는데 이견이 없을 전망이다. 상표권과 영업권 침해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학교부터 보호해야 하는 게 어른들의 의무이자 한 때 마약 청정국의 본분이다.

이병철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학교나 학교 설립 예정지 주변 200m 안에서 마약 문구가 삽입된 상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마약 김밥’이나 ‘마약 떡볶이’, ‘마약 찜닭’ 등 거리낌 없이 확산한 상호를 규제함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중독성을 강조한 표현의 자유일지언정 그것이 애써 금기시한 마약이면 설령 언어의 유희로 익숙하게 유통됐다 하더라도 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각심을 낮출 개연성은 확인된 바 있다. 식약처가 지난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는 마약 김밥과 같은 표현으로 인해 마약이 덜 위험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이 청소년의 호기심과 상호 작용해 분별력의 틈을 파고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 마약의 마수가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뻗치는 개탄스러운 현실은 천장조차 감 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 2018년 143명, 2019년 239명, 2020년 313명, 2021년 450명, 2022년 481명으로 불과 5년 새 300% 이상 증가했다. 마약이 더 이상 특정 부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나, 평범한 청소년들마저 마약의 늪에 빠져 사는 세상은 일찍이 경험치 못한 통념의 파괴다. 더 곪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이 경로를 차단해야 할 병증이 확실하다.

흔하게 접하는 마약 상호가 청소년들에게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것과 혼동을 초래하고 때문에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주장은 단견일 수 있다. 그러나 연상만으로도 유해 환경인 건 분명하다. 다만 상호 사용 금지가 청소년 마약사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전시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관계 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에 기반해 실제 마약 근절과 관련된 구체적인 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마약은 한 번 손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파멸의 씨앗이다. 결단코 성인이라고 용빼는 재주 있을 리 없다. 애먼 마약 상호만 단죄하는 것 같아 안 됐지만, 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해당 소상공인들에겐 생존의 문제일 수 있어 강제하기 난처하다면 합당한 지원을 통해 실현하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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