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 도시 엠블럼.

미국을 이루는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3800여 만 명부터 주민수가 가장 적은 와이오밍 57만 명에 이르기까지 각 주 인구나 세력 편차는 대단히 큰 편이다. 이런 다양한 환경의 구성요소를 포용하며 합중국(United States)을 이루어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의 민낯이 지난 몇 년간 코로나 기간 동안 여러 측면으로 드러났다. 세계를 이끄는 리더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재해대책 능력과 현실인식 그리고 풍요 속의 빈곤이 드러내는 여러 갈등과 그늘. 화려한 포장과 조명으로 군림하는 미합중국 내면의 이미지는 코로나 이후에도 세계인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세계 1위 강대국의 지위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이런 분규와 저런 내홍, 갖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과 상처 속에서도 미국은 여전히 나름 지위를 누리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50개 주 가운데 특히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미국이 상징하는 풍요와 힘, 욕망과 쾌락 그리고 문명이 이룩한 온갖 편리함을 압축, 상징하는 도시로 존재한다.

라스베이거스 맥캐런 국제공항.
라스베이거스 맥캐런 국제공항.

네바다주 중심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에 ‘카지노’의 동의어로 알려져 있다. 도시 곳곳에 ‘굉장하고 멋진 라스베이거스(Fabulous Las Vegas)’라는 문구를 붙인 독특한 도시 엠블럼 디자인이 도박, 카지노의 도시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카지노 산업은 이 도시의 중요한 수입원일 뿐 주민들은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다. 기후가 온화하고 위락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하와이와 함께 은퇴자들이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도시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라스베이거스 맥캐런 공항은 도심지에서 대단히 가깝다. 웬만한 베테랑 조종사도 이착륙시 바짝 긴장을 한다는데 즐비한 초고층 호텔과 번화가를 바로 옆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도 예전에는 외곽이었을텐데 도심이 확장되면서 중심지로 편입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인근 후버댐의 풍부한 물과 전력으로 사막 위에 우뚝 선 불야성의 도시가 되었다.

각급 호텔은 물론 공항 터미널에서조차 입국 심사도 받기 전에 슬롯머신을 만난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을 기다리는 게이트 주변에도 수십 대의 기계가 주머니 속 남은 동전 몇 닢과 얼마의 달러 지폐를 노리면서 출국자를 유혹한다.

환락과 도박으로 먹고사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시 당국과 네바다주는 휴양, 쇼핑, 외식, 레저, 관광, 가족단위 행락 특히 컨벤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IT,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가 그 상징으로 올해는 온통 AI를 화두로 인공지능에 거의 모든 기능을 접목시켜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즐겁게를 외치는 듯한 첨단제품들이 앞 다투어 선보였다.

CES 2024에는 나흘간 150개국 13만 여명이 관람하여 지난해 대비 전시규모는 40%, 관람객은 20%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대규모 이벤트의 성황이 보여주는 상징성이 도시 분위기와 결합되어 지금 미국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켜준다. 라스베이거스는 그 첨단에 서서 편리함을 향한 인간의 여러 욕구, 보다 쾌적하고 즐거운 일상을 바라는 욕망을 원 스톱 시스템으로 충족시켜주는 도시의 기능 확장에 매진하고 있는 듯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