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전담조사관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7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올해 새학기부터 시작되는 제도다. 교사들이 학교 폭력에 따른 민원 부담을 줄이고 사건 해결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교육부가 올해 학폭전담조사관을 2700명 선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별로 위촉 공고를 내고 모집에 들어갔다. 지원자격은 퇴직 교원으로 일정 기간의 학교 폭력 또는 생활지도 업무 경력, 퇴직 경찰로서 일정 기간 이상 학교 폭력 선도 업무 또는 조사·수사 업무 경력을 갖춘 사람이다. 학교 폭력 예방 및 청소년 보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모집 대상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되는 것을 두고 학폭 처리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상이 미성년자 학생일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과의 소통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폭전담조사관 위촉 후 채 열흘도 안 되는 역량 강화 연수 계획만 잡혀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2월 19일에나 최종합격자를 발표하는데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까지 연수를 한다고 해도 휴일을 빼면 10일이 안 된다. 교육부가 준비에 늑장을 부리면서 생긴 일이다.

전교조 등 교육 관련 단체들은 위촉으로 운영될 예정인 학폭전담조사관제에 대해 한계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이 위촉 봉사직으로 운영되면서 실질적인 조사와 대처에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와의 명확한 관계 설정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학폭 사건 처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폭전담조사관제가 부작용만 양산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온다. 사건이 잘 해결되지 않고 해당 학부모 등이 만족하지 않을 경우 전담조사관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에 대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학폭과 관련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학폭전담조사관제는 필요는 하지만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각종 부작용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집 조사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등을 더 늘리고 학교와의 유대 강화 방안 등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위촉직 운영에 따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각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학폭 관련한 다각적인 해결책 마련에 신경 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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