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충남취재본부 부장

신년을 앞두고 어떤 새해 인사를 준비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다 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세요” 하는 따위의 틀에 박힌 인사를 하기 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한 마디를 준비하고 싶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나만의 신년 덕담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인사를 해야 깊은 인상을 줄까’, ‘무어라고 해야 상대에게 꼭 필요한 말이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행복하세요”라는 신년 인사를 준비하려고 한다. 언뜻 들으면 “행복하세요”야 말로 평범한 인사말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그 것이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전달하려면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삶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새해가 되세요” 정도로 말해야 할 것 같다.

‘성공’과 ‘행복’은 언뜻 들으면 같은 말처럼 들린다. 성공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면 성공이다’라는 말에는 동의 하지만 ‘성공하면 행복하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성공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했다면 그 삶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지 않은데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국인들은 성공지상주의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심지어는 행복조차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기 위해 청소년기의 소중한 체험과 경험을 포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성공을 위해 가정생활을 험난한 사회생활보다 뒷전으로 내몰기도 하고,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여가나 취미생활도 과감히 포기한다. 때로는 성공을 위해 건강조차도 챙기지 않는다.

1인당 연간 독서량이 OECD 소속 국가 중 꼴찌 수준인 대한민국이지만 참고서와 수험서, 자기계발서는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 서점 구석에 자리 잡은 교양서적 코너에 꽂혀 있는 책에는 먼지가 쌓여가지만 서점 매출의 효자인 참고서와 수험서, 자기계발서 등은 매장 내에서 가장 잘 눈에 잘 띠는 매대 위에서 귀족 대접을 받으며 판매되고 있다. TV에서 방영되는 특강을 들어봐도 십중팔구는 무슨무슨 전략연구소 소장이라는 명함을 가진 이들이 뿜어내는 성공 이야기이다.

나는 성공이 행복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본래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모든 것이 경쟁이고, 누구랄 것 없이 미친 듯이 성공을 향해 매진하는 한국사회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으며 살았으니 맹목적으로 ‘성공’이란 단어를 향해 돌진하며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성공한 삶보다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국민 모두가 가난에 찌들어 힘겨운 삶을 살던 시절, ‘성공’은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가치였다. 자신 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는 해결됐다. 진정한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성공’ 보다는 ‘행복’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구시대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공’에만 집착하는 과거 지향적 삶을 추구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했다고 해서 행복할 수는 없다. ‘행복’이란 즐거움이 충만한 상태이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쫓기듯 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그런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일종의 자기최면이고 착시현상이다.

새해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도 다니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취미를 찾아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공했다고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하다면 성공한 삶이다. 새해 모두들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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