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식
편집국장

기초단체 선거의 정당공천 폐지문제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갔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이달 말까지 활동한다지만 여야 의견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쇄신에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개특위가 여야의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이 공감하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치권은 국민들의 커다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하는 일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국민들의 질타가 나올게 뻔하다. 어떤 식으로든 여야 타협의 산물이 도출되길 바란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론화됐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하나같이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정당공천에 따른 비리가 끊이지 않는 등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초의원의 문제점들이 개선되리라고 보지는 않지만 기초의원과 단체장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비리 등은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문제점을 하나라도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막아서는 안 된다. 이것이 중론이고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바다.

그러나 이번 정개특위 역시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핵심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문제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새누리당을 몰아세우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유지방침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 특위는 특별시·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도 마련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사실상의 ‘공약파기’라며 새누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위헌소지’가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얼마 남지 않는 정개특위 활동기간동안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은 책임론 공방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상대방을 최대한 끌어내리려 한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그들이 내놓을 비방전 역시 예측 가능하다. 정국주도권을 잡기위한 정치권의 생리를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는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정개특위 활동기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길 국민은 원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도출된 정치개혁이 이번 선거부터 적용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선거정국만 반짝하고 유야무야하는 그런 식의 정치개혁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국민 전체가 만족하는 해답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을 찾아야한다. 이게 차선의 논리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하며, 정치가 최대공약수의 놀음이라는 게 그런 이유다. 타협을 통해 차선책을 도출하고 이를 최선책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권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 이번 정개특위 활동도 이랬으면 좋겠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채택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야 모두의 당론이 같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당론이 틀린 상황에서 어느 한편의 당론이 관철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국민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으면 한다. 관철되지 않는데 따른 책임공방 보다는 보다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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