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상무/총괄국장

남녀차별의 문화가 아직 우리 사회에 굳건히 존재하고 있음을 최근 공군사관학교가 웅변하듯 보여 주었다. 대통령상을 성적 1위 여성 대신 2위의 남성 생도에게 수여하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여성 생도를 선정했다.

21세기 오늘에까지 잔존하는 뿌리 깊은 남녀차별을 되짚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코미디 같은 논란에 이어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여성에게 유리한 성적평가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평가방법을 개정했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과 남녀평등은 정말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우수한 자원을 선발하기 위한 평가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면 마땅히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느닷없이 여성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개선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며 부정하고 있지만 공사처럼 여성에게 수석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 달갑지 않아 평가 방법을 바꾼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남녀 차별이 있는, 즉 남녀가 불평등한 사회는 꿈도 미래도 없다. 인구 감소로 인해 국가 존립마저 위협을 받고, 인적 자원이 고갈되는 위기의 국가에서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을 논하고,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세계 최저 출산율이며, 이 출산율의 원인 중 하나가 남녀 불평등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9명에 불과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응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회 저변에 깔린 남녀차별 의식,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그 무엇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 불 시대를 연 이래 십 년이 다 되도록 2만 불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인구가 1억도 되지 않는 5000만 명 정도의 소규모 국가가 4~5만 달러 초선진국 시대를 여는 것이 드물고, 힘겨운 일이긴 하지만 긴 터널 속을 더디 지나는 것 같아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우리의 경제 규모를 하루빨리 선진국 대열로 끌어올리기 위한 처방으로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확대와 미래 지향적인 기업환경 조성 등 갖은 대책이 거듭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차별 없는 남녀평등 사회의 실현을 먼저 논하는 것이 순서다. 차별의 벽이 무너지면 사회 각 분야로 능력 있는 여성 인력의 진입이 용이해지며, 그들의 재능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OECD 국가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기준 평균 62.3%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55.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업무의 질적 수준과 반영되지 않는 분야를 감안하면 허수가 녹아 있다.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아이도 많이 낳는 선진국의 여성과 달리 통계로만 보면 우리나라 여성은 일도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남녀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가 만든 자화상이다.

따라서 뛰어난 여성 인력이 각 분야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문호개방 등 여건을 대폭 개선하고, 마음 편히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성숙한 사회발전과 더불어 고도의 경제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확신한다.

남녀평등의 사회를 위해 2001년 7월 3일 여성부가 발표한 ‘21세기 남녀평등 헌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남녀는 가정 안에서 역할과 책임을 공유한다. 특히 자녀양육은 남녀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사회적인 기여로 인정되고, 보호받는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어떠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남녀는 능력에 따라 동등하게 경제 활동에 참여한다. 여성은 고용과 임금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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