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회
사회부장

정치에서 선거는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행위를 말한다. 교육에서 교육감은 각 시도 교육 사무를 총괄 처리 하는 직위 또는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을 칭한다. 교육감 선거는 용어상 교육과 정치의 교집합이다. 순수성을 강요받는 교육이 정치적 방식으로 수장을 뽑는 것은 썩 내키지 않지만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으니 군소리 덧대봐야 헛수고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 곁방살이를 하며 곁불은커녕 관심 밖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시끌벅적한 요즘, 자천타천 교육감 예비후보들의 행보는 차라리 소리 없는 아우성에 가깝다.

교육감 선거 방식은 부침이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운영위원들로 선거인단을 꾸려 간접선거로 치르다 ‘짬짜미 논란’ 등에 휘말리자 직접 선거로 전환했다. 그러나 교육감 직접 선거는 이내 형편없는 투표율에 허리춤을 잡혀 고비용 저효율의 낙인이 찍혔다. 일부 시도교육감의 자충수는 중도하차로 이어졌고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직접 선거의 효용성에 먹칠을 했다. 결국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교육감 선거를 패키지화하게 됐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것인데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듯 끼여 들어갔으니 어울릴 수 없는 화학적 결합의 폐단에 신음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교육감 선거라는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지방선거 한 귀퉁이에 봇짐을 풀어놓은 격이다.

선거는 게임이다. 2등이란 없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을러메기, 구사(驅使)하기 등의 신공이 난무한다. 천박한 관점에서는 네거티브 선거가 구경거리로 제격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정치공학은 손해나는 ‘이타(利他)’를 허용하지 않는 법이다.

그들만의 잔치라고 무책임하게 손가락질 당해기는 해도 선거에는 나름의 흥행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저렴하지만 손이 가는 연속극마냥 라이벌이 있고, 갈등이 있고 불법이 있고 고소·고발이 1+1처럼 따라 붙는다. 여야라는 정당이 있고,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경선)이 있고 간혹 갓 떨어진 이삭의 배신 혹은 반격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당도 없고, 경선도 없는 데다 교육이라는 수수하고 점잖은 분야 인지라 드러내놓고 난타전을 벌여 노이즈마케팅도 어려운 교육감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더욱이 같은 무대에 올려놓고도 교육감 선거는 정치선거가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선을 그어 놓은 통에 운신의 폭은 더욱 좁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라는 게 국가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박수 받을 만한 개성을 덧입히기 어려운 데다 안정과 변화사이에서 획기적인 드라이브를 거는데 따른 반발력이 크다는 한계가 정책선거 측면에서도 흡인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보수 후보니, 진보 후보니 해서 나름 정체성에 가르마를 타고 각 진영 별 후보 단일화 등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교육감 후보들의 안간힘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방선거에 동승해 처음으로 치러진 2010년 교육감 선거는 지지도가 높은 정당 기호와 같은 번호를 받는 사람이 당선된다는 ‘로또’설까지 대두됐다. 영 체면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놓인 처지에서 ‘짬짜미’ 선거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교육계 안팎의 줄서기 또는 줄 세우기를 통한 알음알이 기본설계 위에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교육감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떠돌이 표는 극소수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필요 이상의 신뢰를 보내기 십상이라는 점과 누가 유력하다고 ‘카더라’는 소문에 솔깃하기 마련이라는 점 등이 반영된 가설이라고 본다.

교육감은 엄연히 시장·지사와 동급인 백년대계의 수장이다. 맹모 뺨칠 만큼 열성적인 학부모들이 차고 넘치는 나라에서 정작 교육감 선거가 냉대 받는 것은 쉬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지방선거 부록으로 치르는 교육감 선거는 분명 불공정한 게임이다. 유권자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나 교육감을 하겠다고 나서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국가가 편의주의 발상으로 교육의 가치를 정치 밑에 두고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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