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충남본부장

“언론이 조금만 더 비판적으로 보도했더라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무능해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언론이 채근했더라면 생존자 명단에 몇 명이라도 이름을 더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보도합니까?” “좀 더 신중했어야 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했더라면 그런 기사를 내보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신문과 방송의 오보와 부적절한 보도가 속출했다. 지나친 속보경쟁과 특종경쟁이 낳은 기형아다. 언론에 대한 비난과 질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후 일부 언론이 “전원구조”보도를 했다. 국민들은 안도했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빤한 여객선 침몰사고가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큰 희생 없이 일사불란하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일부 국민들은 대형사고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흡족해 하기도 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오보로 밝혀지고 말았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했는지 전말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틀림없는 오보였다는 사실이다. 오보와 부적절한 보도의 시작이었다.

한 방송은 지난 16일 생존자 인터뷰를 하면서 적절하지 못한 질문을 해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당시 앵커는 구조된 학생과 인터뷰하면서 “혹시 친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물으며 학우 사망 소식을 전했고 이 같은 상황을 알지 못했던 학생은 “몰랐다”고 답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방송이 나간 후 비난이 쏟아졌고 방송사는 “부적절한 질문을 한 점 사과 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다른 방송도 인터뷰를 잘못해 홍역을 치렀다. 인터뷰 대상자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전파를 탔고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인터뷰 등 모든 취재의 기본인 취재원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이 방송사도 보도국장도 “실종자 가족과 정부, 해경, 민간 구조대원들에게 혼선을 드린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사과했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거나 왜곡보도가 이어지면서 기자들 간에 욕설이 오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언론인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다며 타사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오보와 이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해외 언론들의 국내언론 불신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국내언론 인용보도를 피하고 있다. 국내 방송이나 신문을 인용해 사건사고를 보도해 온 미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은 인용하기가 두렵다고 노골적으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언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대다수 기자와 언론사들은 밤낮없이 잠을 설치면서 취재해 사실을 바탕으로 불편부당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의 노고가 일부 기자들의 무책임한 보도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그렇다면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내 후배를 현장에 보냈다면 오보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번 오보 사건을 접하면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후배를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언론인들은 대형사고가 터지면 사고 수습 매뉴얼이 없다고 비판한다. 언론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오보로 인해 피해자와 국민들 가슴에 피멍이 들지 않게 준비해야한다.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면 제대로 비판을 할 수도 없고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 문제해결의 조력자가 아니라 장애물로 전락해 오히려 혼란과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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