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상무이사/총괄국장

셰프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중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TV 등 요리사를 출연시킨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에는 TV에 출연한 요리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고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출연했다.

그러나 기존 요리 프로그램이 음식을 만드는데 치중했다면 최근 요리 프로그램의 경향은 즐기는 그리고 변화무쌍한 요리 프로그램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들의 대부분이 자유분방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그렇고 ‘집밥 백선생’이 그렇다. 이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에는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관련 검색어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매주 화요일 그가 공개하는 레시피는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요리연구가 백 선생이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서민 친화적인 외모와 말투, 메뉴선택, 쉬운 요리법 등이 아닐까 한다.

그동안 백 선생이 소개한 통조림 요리, 김치찌개, 된장찌개, 카레, 만능간장, 국수, 닭갈비 등은 주변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게다가 복잡하고 어렵지 않고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그것도 재미까지 더해 침을 삼키게 하고 있다. “맛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고 “한 번 해먹어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요리도 그를 인기 셰프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리 기구가 없으면 없는 대로 요리한다. 기구가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항상 갖춰 놓을 수 없는 재료라면 굳이 그 재료를 고집하지 않는다. 대체 재료를 찾거나 아니면 그 재료 없이 요리를 완성한다. 그러면서도 맛을 살려낸다.

투박하고 가식 없는 솔직한 말투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그를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만들었다. 거침없이 말하고 가려서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나 천박하지 않고 최소한의 품격은 유지한다.

지속적인 기부활동도 그가 인기인 반열에 오르는데 보탬이 됐다. 그는 치약 광고 출연료를 기부한데 이어 과자광고 출연료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해는 TV 출연료를 한식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쾌척해 훈훈한 미담이 되기도 했다. 또 앞으로도 광고출연 수입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백 주부의 요리에 대한 비판도 당연히 있다. 일각에서는 “먹을 만한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는 겸허히 수용하면서 “주부가 아니라 자취생을 위한 요리”라는 입장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요리를 잘한다고 모두 존경받고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요리는 기본인지도 모른다.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위한 요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난 실력보다는 겸손하며 배려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당리당략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고 헤아려 행동 한다면 과거와 다른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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