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충남본부 부국장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는 반발하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대로 굳어져 8월 5일 고시될 것이 확실시 된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재계와 노동계 간 실랑이가 이어지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유독 첨예한 긴장이 이어졌다.

노동계가 최저시급 1만 원 카드를 꺼내들고 나와 재계가 제시하는 인상폭과의 괴리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6030원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5580원과 비교할 때 8.3%가 인상된 것으로 인상률을 놓고 보면 2008년 이후 최고치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가워하기는커녕 여전히 칼날 대응이다.

최저임금 심의를 앞둔 시점에 최저시급 1만 원에 대한 논의가 급확산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노동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더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강연장에서 "임금이 올라가야 내수가 살아난다.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소득주도의 내수 성장론을 내세워 노동계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사회여론주도층들도 내수를 살려 침체일로의 경제를 성장으로 반전시켜야 한다는데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재계의 입장은 확고했다. 매년 그러했듯이 재계는 영세자영업자들을 방패막이로 들이댔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만큼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최저임금의 인상을 최소화 시키려 했다. 자영업자들이 몰락하면 실업대란이 찾아올 수 있다며 불안감을 자극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당장 실현될 것처럼 무르익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의 도래는 기약 없이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최근 수년 만에 가장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발표됐지만 노동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실상 임금을 인상해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노임을 인상시켜야 임금노동자들의 구매력이 향상돼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저소득 임금노동자들의 구매력이란 형편없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수령하는 노동자라면 각종 수당을 합해도 월평균 급여가 130만 원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 돈으로 가정생활을 꾸려 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수 진작과 연결된다는 점 외에도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들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보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자영업의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이 영세자영업자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국내 자영업자의 대부분은 스스로의 노동력을 담보로 하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높은 임대료와 매출 부진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이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것은 그만큼 유사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많은 데서 기인한다. 자영업자의 양산은 임대료 상승과도 직결돼 자영업자들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주요 고객인 저소득노동자들의 구매력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은 폐업과 재창업을 반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은 임금노동자의 길을 거부한다. 노임이 너무 낮아 현실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려면 영세자영업자들을 양질의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영세한 자영업자보다 양질의 임금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세상을 열어주어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눈을 크게 뜨고 한국이 처한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근로자들의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대폭 인상돼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진작돼 내수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고 저소득 자영업자의 과도한 팽창도 막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저임금보다 10~20% 이상 많은 생활임금제를 조례로 도입한 대전 유성구를 비롯한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 광주광역시, 경기 성남시 등의 행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의 생활임금제 적용은 민간부문의 최저임금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생활임금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노동에 대한 극진한 존중이 배어있다. 최저임금도 인간애와 노동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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