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편집국장/상무이사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염천(炎天)의 8월, 임금피크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시행 의지 못지않게 노동계는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절실한 만큼 노동계가 마땅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청년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임금의 하향평준화 등 노동환경 악화만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연장법(고용상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불러오게 됐다. 이 법은 세계 유례가 없을 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 2030년께면 인구 4명당 한 명이 65세 이상인, 국가 미래마저 기약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년 4월 법이 마련됐고, 2016년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사, 300인 이상 사업장이 시행에 들어간다. 이어 2017년부터 국가 및 지자체, 300인 미만 사업장도 모두 적용 대상이다.

경제계에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으며, 이해득실에 따른 갈등의 소지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새로운 시도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 법은 정년 연장 대신 ‘사업주와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보는 근로자와 달리 그만큼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요구, 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사의 합의를 통한 출발을 주문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해법이 이미 제시된 셈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며,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청년취업에 기여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도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한 주문 이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이 적극 참여 의지를 밝혔고, 정부의 의지 표명으로 공기업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 속에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 화합이 절실한 시점이고 보면 정부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갈등 국면은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됨에 따라 정년연장으로 인한 임금부담으로 임금피크제를 반드시 도입해야만 경영이 가능한 기업들로서는 정부 주도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노동계는 대규모 기업노조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중소업계의 목소리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귀족 노조들만의 반대라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부 또한 순리적 진행이 우선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대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노동조합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민간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호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안정적 항해를 위해 불가피하다지만 일방적인 강행은 득보단 실이 크다.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법이 의미하듯 임금피크제는 노와 사의 결정이 우선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사의 대화를 존중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유도하고,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이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더불어 연이은 확대 적용에 무리가 없도록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순리다.

이해와 양보가 빚은 지혜가 모여 임금피크제가 순조롭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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