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상무이사 총괄국장

참으로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도 소용이 없다. 오랜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상당수 종교인은 물론 국민들의 지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종교인 과세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세법개정안 발표를 통해 종교단체에서 종교인의 소득세를 선택적으로 원천징수하고 원천징수하지 않으면 종교인이 자진해서 신고하고 납부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또 소득세 항목인 기타 소득에 종교 소득을 신설해 종교인 과세를 세법으로 규정키로 했다. 종교인들의 소득차이를 감안해 공제율을 차등 적용함으로써 고소득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눈치 보기 때문에 이번에도 종교인 과세법안 통과가 힘들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사대상 국회의원 9명 중 2명만 찬성할 뿐 7명이 유보 입장이거나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어 첫 관문 통과조차 상당히 비관적이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부터 추진됐다. 당시 처음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추진됐으나 무산됐고 2012년에는 정부 소득세법 입법과제에 종교인 과세가 포함되기도 했다. 또 2013년에는 정부가 종교인 자진신고 방식으로 완화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오랜 논의와 법안제출 등 추진 과정을 거치면서 당사자인 종교인은 물론 국민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말 종교인 과세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5% 이상이 조세형평 차원에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계도 종교인의 납세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가 납세안을 마련하면 성실하게 납세의 의무를 다한다는 방침이다. 천주교는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에서 소득세를 자진 납부키로 결정한 뒤 세금을 내고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2만 5000여 명의 성직자와 종교단체 사무원이 연간 80여 억 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일부 반발은 불가피하다.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다수결의 원칙이 중시되고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과 의견을 다르더라도 다수가 찬성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정도라면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온라인에서는 종교인 과세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성명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12일부터 ‘종교인 과세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월급 100만 원도 못 받는 건물 청소부 아줌마 등 수많은 저소득 근로자들도 세금 내는데 종교인이 세금을 거부해서야 되겠느냐는 한 네티즌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회도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 또다시 피해간다면 내년 총선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소수의 표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 대상은 5만 명 정도로 예상되고 추가로 걷히는 세금도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한데도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를 정치권은 살펴야 한다. 엄청난 세금이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특정계층이나 집단이 반발한다고 정당한 세금을 걷지 않은 적이 있는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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