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충남본부 부국장

TV를 잘 보지 않는다. 본래 TV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안 보는 것이 버릇이 되니 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그나마 TV 시청하는 시간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TV를 보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TV를 보는 시간만큼 내가 활용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TV 앞에 앉아 리모컨을 잡았다 하면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볼 프로그램만 챙겨 보고 TV 전원을 끄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 번 TV 앞에 앉으면 대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시청이 이어진다.

그러니 하루 적게는 3~4시간, 많게는 5~6시간을 TV에 헌납하는 것이 예사이다. 아무 생각 없이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TV시청을 자제하고 있다. 안 보는 생활이 익숙해지니 안 보고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더욱 안 보게 된다. 물론 TV를 잘 보지 않으니 세상물정을 모른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연예인이 누군지 도무지 모르고, 유행어도 못 알아들어 바보 취급을 당하기 일쑤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챙겨본다지만 TV를 안 보면 어쨌든 세상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병문안을 갔다가 병실에서 우연히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가수가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평가를 받는 형식이다. 맞대결을 통해 한 명은 탈락하고 승자가 생존해 또다시 생존자와 경합을 하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얼굴을 가리고 노래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니 얼굴이 노출되는 경우에 비해 훨씬 더 노래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심사위원이라 해도 우열을 판단하기가 참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맞대결은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한 곡 한 곡 가수들의 노래는 혼이 실려 있었다.

잠시였지만 얼굴을 가리고 부르는 노래에 푹 빠져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맞대결에 탈락한 가수는 가면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다. 얼굴이 공개되면 심사위원석과 방청석에서 일제히 탄성과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대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인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심사를 맡은 동료 연예인들이나, 녹화장에 있던 방청자들이나, 집에서 TV를 보는 시청자들이나 반응은 비슷하다. 저 가수가 저렇게 노래를 잘 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가면을 벗는 가수를 향하는 눈빛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특히 뛰어난 미모로 소문난 가수나 댄스가수로 알려진 이가 얼굴을 가리고 나와 멋지게 노래 솜씨를 뽐내고 나면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미남 또는 미녀가수, 댄스가수가 쇼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하면 대개 그의 노래솜씨보다는 외모나 춤 솜씨를 주로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위 비주얼 가수라고 하는 부류는 가창력은 뒷전이고 그저 빼어난 외모나 현란한 춤 솜씨로 팬들을 사로잡는다는 편견이 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비주얼 가수 중에도 정말 출중한 가창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하지만 오히려 그 재능을 발견 못한 것은 나의 편견과 선입견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람을 평가하는데 그의 진면목을 보기보다는 출신 가문이나 출신 학교, 출신 지역 등에서 비롯되는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외모에 집착하기도 한다. 최근에 사진, 출신학교, 가족관계 등을 모두 빼고 작성하는 입사지원서가 등장하고 있다. 편견과 선입견을 모두 없애고 지원자의 진면목을 살펴보겠다는 의도이다. 그 시도가 신선하다. 앞으로 계속 확산돼야 할 문화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선진일류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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