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제명 후 의장직 자격론 일어
대전시의회 또다른 파행 촉발 예고

해당(害黨)행위자로 낙인 찍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전격 제명된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본보 8월 25일자 6면 등 보도 - 더민주, 김경훈 의장 재심 청구 기각>

김 의장은 “제명은 가혹하다”라며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의장으로서 내게 주어진 책무와 역할에 충실하겠다.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라고 밝혔지만 시의회 다수당(전체 22석 중 더민주 16석 차지, 김 의장 제명으로 15석)에서 내쳐진 김 의장에 대해 “과연 의장 자격이 있느냐”라는 논란이 일고 있고, 그가 당론을 무시한 채 의장 선거에 나설 때부터 강하게 반발해 온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탄핵 소추를 의미하는 ‘불신임안 제출’까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실제 불신임안이 제출될지 의문이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시나리오로 보이지만, 이러한 의장과 의원들 간의 깊은 감정의 골은 또 다른 파행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방의회 의장 불신임에 대해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55조에는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소속 정당으로부터 징계를 당했을 때는 불신임 사유로 명시돼 있지 않다. 또 불신임 의결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A 의원은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김 의장에게 동조했던 의원들이 다수(지난달 6일 의장 선거 결과, 김경훈 14표 대 권중순 8표)였으므로, 본회의에서의 의결이 여의치 않을 수 있고, 당으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마당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B 의원은 “최근 김 의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시 산하 공기업 사장들에 대한 인사청문간담회 폐지를 주장했는데, 의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그런 입장을 밝히는 건 경솔한 처신이고, 의회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행태”라며 “집행부가 꺼리면 오히려 실시하라고 촉구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의장이 먼저 폐지 운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식으로 의장직을 수행한다면 불신임안이 제출되는 상황도 올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장의 반란을 함께했던 의원들은 당의 단호한 징계를 목도하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로, 김 의장 반대파 의원들 중에도 불신임안 제출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의원들도 있다.

C 의원은 “국회에선 의장이 되면 자동으로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되는데, 김 의장도 어찌됐든 무소속이 돼 중립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라며 “불신임안이 제출되면 정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시민들에게 시의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더욱 심어줄 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장을 지지했던 D 의원은 “김 의장은 더민주 만의 대표가 아니고, 시의회 22명 의원의 대표로 본회의에서 선출됐다. 비록 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불신임안을 제출한다는 건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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