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칫밥 먹느니…" 도시락의 부활

정의(正義)와 청렴(淸廉) 사회로 가는 보물 상자일까. 아니면 혼란과 혼선으로 사문화(死文化)될 판도라의 상자일까.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28일 관가 안팎에선 예상됐던 그림이 연출됐고 김영란법 시대의 신풍속도도 이야기 됐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든, 눈치를 보며 식당가를 이용하든, 도시락으로 대신하든 반찬은 김영란법이었다. 

점심시간 외출을 아예 자제해 평상시와 다르게 주차장이 빼곡한 곳도 있었다. 당연히 구내식당은 만원사례였다. 상당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면서도 입으론 김영란법을 놓지 않았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 점심, 식사자리를 찾아 나서는 대전 주요 기관 공무원들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고민은 적잖아 보였다. 이날 대전 한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은 평소와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식당을 찾아 헤매는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김영란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법 조항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의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혹여 시범케이스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염려 속 급기야 어제와 다르게 직접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도 적잖았다. ‘논란을 피하고 보자’며 음식을 장만해오고 구내식당을 전전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에서는 불안감이 읽혔다.

한 기관 관계자는 “부하 직원들 중에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법 관련해 포괄적인 교육은 받았지만 사례 위주가 아니라 3, 5, 10만 원 말고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사실상 공무원들도 법 시행 첫날이라 잘 모르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것저것 제약이 많아 사실상 사무실 이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푸념 섞어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역시 찾는 인원 수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관 급식영양사는 “평소 점심시간 때 공무원들이 찾는 것보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한산했다. 시행 첫날이고 당일 외부 행사 일정 때문에 점심 먹으러 많이 오지는 않은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나름의 견해를 전했다. 그러나 구내식당을 찾은 공무원들은 뒤숭숭한 모습이다. 한 공무원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젯거리는 단연 김영란법이다. 법이 추구하는 취지에 걸맞게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식당을 찾았다”며 “하지만 아직 첫날인 만큼 분위기는 다소 뒤숭숭한 것 같다”고 떨떠름해했다.

또 다른 기관은 주차장도 만원, 구내식당도 만원이었다. 이 기관 관계자는 “직원들 간 법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당분간 구내식당을 이용하자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일상에 제약이 많은 만큼 이 상황에서 외식이나 음주를 자제하고 건강 관리를 하겠다는 목소리가 제법 많았다. 또 한 쪽에선 이처럼 큰 혼란과 혼선이 빚어진 만큼 얼마지 않아 현 상황이 반영된 새로운 지침이 나오지 않겠냐며 위안 삼는 목소리도 제법 많았다.

곽진성·신성룡·최문석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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