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용 충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축산기술팀장

해마다 가을이 되면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이듬해 봄에 소에게 먹일 먹이를 걱정한다. 겨울 동안에는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에서 확보한 볏짚 등으로 우선 충당이 되지만, 그렇게 준비한 먹이가 봄까지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청보리 등 월동하는 풀 사료를 가을에 심어 다음해 봄에 수확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농민들은 풀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고심할까? 풀사료를 이용하면 일반 사료의 구입을 대체하여 사육비용의 60%에 육박하는 사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소의 소화기는 반추위로 되어 있어 풀사료를 먹어야만 더욱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충남지역은 현재 43만 두가 넘는 소가 사육되어 금년도 필요한 건초량은 143만 톤으로 추정된다. 또한 매년 1만 1000ha 동계작물이 재배된 생산량을 기준으로 자급률을 환산하면 40% 정도로, 더 많은 재배면적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부족한 60%는 볏짚에 의존하여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기에만 급급하고, 이상기후 또는 잦은 가을비가 오기라도 하면 볏짚을 충분히 거둬들이지 못해 난리가 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약 105만 톤의 건초가 수입되었으며 매년 증가 양상을 보인다. 물론 값싸고, 질 좋은 수입건초도 많다. 다만 경종농가에서 벼를 베고 난 겨울철 유휴지에 축산농가가 축분을 제공해 논 뒷그루기로 월동사료작물을 재배하여 경지를 활용한다면 지력증진과 토지이용율 향상에 좋고, 건초의 수입으로 인한 외화유출,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 유입 방지 등이 해소되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월동사료작물 재배로 해결하면 좋은데 왜 농가들은 어려워할까? 충남지역은 한반도의 중부지역으로 가을철에는 벼 수확 및 월동 사료작물 파종, 이듬해 봄은 월동사료작물 수확과 벼 이앙시기가 교차 중첩되어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내한성 및 기호성이 좋고, 습해에도 강한 품종을 벼 입모 중에 파종하여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이렇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품종은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 극조생종인 ‘그린팜’인데, 벼 입모 중에 항공파종을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벼 수확 및 볏짚수거로 인한 파종지연을 해소하고 월동사료작물 파종 노동력을 절감 할 수 있으며 잦은 가을비 등 기후제약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다음 해 5월 10일 이전 수확이 가능하여 5월 중순 월동사료작물 수확기와 벼 이앙기가 중첩되는 노동집중화 악순환도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서양처럼 가축을 방목하거나 대량의 목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광활한 초지나 평야가 없다. 이에 조사료 생산에 제약과 장해가 많지만 축산업 경쟁력과 국토이용율 향상을 위해서는 논 뒷그루기 등 유휴지 월동사료작물 재배확대를 적극적으로 홍보·지도하여 경종농가와 축산농가가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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