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석(가명) 씨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집을 나섰다. 부모의 숱한 갈등을 더는 보기 힘들어서였다. 그래도 대학에는 가고 싶었다. 우연한 계기로 청소년 쉼터를 알았다. 이곳에서 두 달 동안 공부에 매진했다. 대학에 진학 후에도 쉼터에 머물며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군대에 갈 때쯤엔 몇 년 만에 아버지와 화해를 했다. 첫 휴가는 함께 지냈던 쉼터를 찾아 동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 김우성(가명) 씨는 일명 고참이다. 쉼터에 입소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중학교 때 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했다. 전역 이후 1년 넘게 아르바이트로 전전했다. 어렵사리 쉼터에 들어왔지만 청소년기본법이 규정한 연령 초과로 오는 12월 끝으로 나가야 할 처지다.

쉼터만 놓고 봤을 때 가출 청소년의 상반된 대응기다. 부모와의 갈등을 못 이겨 집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밖을 나선 청소년도 상당하다. 이처럼 집 밖을 맴도는 이유가 각양각색이지만 다시 가정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여전히 정처 없이 떠도는 사례도 많다.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9일까지 여성인권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 ‘가출 청소년 실태 보고서’ 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첫 가출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부모와의 갈등’이 19.6%로 가장 높았고, ‘부모의 폭언 및 폭행’(13%), ‘자유롭고 싶어서’(12.0%)가 그 뒤를 이었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는 이 같은 고민을 짚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원세 대전청소년남자쉼터 소장은 “입소한 대부분의 청소년은 부모와 갈등 등 가정불화가 가장 많다” 면서 “진로와 연애 고민 등 아이들마다 맞닥뜨리는 고민과 욕구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들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다그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경찰에서도 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학교 밖 전담 경찰관인 중부경찰서 김성중 경위는 “매주 대흥공원 등지에서 이동식 숙식제공시설인 아웃리치에 방문하는 아이들을 관찰할 때 특별히 결손가정이 아니어도 부모가 싫어서 나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가출 청소년은 상시적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여부가 일탈에 접어드는 길목을 좌우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의 일탈을 방지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시설이 그 중심에 있다.

대전시청소년쉼터는 청소년기본법 18조와 청소년복지지원법 14조에 근거해 세워진 관내 6곳의 청소년 보호 시설 중 단기로 가출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특화된 공간이다. 김승현 상담원은 “아이들은 제 손에 당장 돈이 없다면 숙식은 물론 먹을거리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면서 “타인의 금품갈취나 심지어 성매매 알선과 그곳에 종사하고 싶은 충동 또한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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