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할 것 없이 충격과 분노
검색어 1위 '탄핵·하야' 민심 폭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던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그토록 비정상적이었다니….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심판이 있지 않을까요.”

개헌 정국이 아니고, ‘최순실 블랙홀’ 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입장을 표명한 지 하루 뒤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보수·진보를 떠나, 정치에 전혀 관심 없는 문외한들마저 도를 넘은 측근 비리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권력의 최정점에서부터 기강 을 잡지 못한 채 마구 흔들리는 나라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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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나라냐”, “참담하다”라는 개탄의 글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속속 올라오고,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화두도 단연 최 씨와 관련된 측근 비리에 집중됐다. ‘레임덕’은 물론 ‘탄핵’, ‘하야(下野)’ 등의 단어가 스스럼없이 회자되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흉흉한 민심을 엿보게 한다. 막장 중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대통령이란 사실에 허탈감을 표하는 국민들 사이에선 마치 1979년 10·26 사태가 재현된 듯 ‘권력 공백’ 사태가 초래된 것처럼 정국이 어수선하다. 진보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역시 크게 당혹스러워 하며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다”라고 말한다.

대전의 4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측근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측근정치로 망한다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됐다”라고 했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직원인 김 모 씨는 “국민들이 받은 큰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착잡하다”라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대신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는 26일 ‘최순실이 대통령인 나라, 한 시도 용납할 수 없다’라는 제하의 시국성명을 통해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고백하라. 국민주권을 국민호구로 농락한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은 참담한 지경을 넘었다. 대통령이란 예의상 호칭을 누구에게 붙여야할지 혼돈의 지경”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 통제받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국기(國紀)를 흔들어왔다. 국민주권을 유린하고 민주공화국 정체를 포기한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또 “내용도 없고 실체도 없는 형식적 사과로 이 사태를 무마하려 하는가. 청와대는 진실을 덮고 조작하고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라며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임기 내 개헌’ 발언은 ‘최순실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최순실의 연설’이었다. 개헌의 블랙홀로 최순실을 덮으려 했으나 한 나절도 지나지 않아 그 의도가 낱낱이 까밝혀졌다”라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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