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청소년이 따돌림에 시달리다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따돌림이 시작된 이후 학교 측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학폭위가 열리지 않고 따돌림이 계속되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해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학교 측이 따돌림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학폭위를 열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6일 대전의 B여자고등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재학생 A 양이 최근 자해를 시도했다. A 양은 지난 9월말 경부터 같은 반 학생 2명으로부터 ‘공황장애냐?’는 등의 말과 함께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 양은 따돌림에 시달리다 담임교사 등 학교 측에 학폭위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학폭위는 2개월 넘게 열리지 않았다.

A 양과 가족이 학교 측에 학폭위를 열어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학폭위가 열리면 (너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아버지 직업이 무엇이냐?’는 등의 발언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대해 학교측은 “해당 발언은 실언이었다. 실수를 인정한다”면서 “학생들에게 경위를 물어보고 화해를 노력하도록 했다.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받은 학생에게 ‘공황장애냐’라고 했던 게 발단이 됐던 것 같다. A 양 측이 처음에는 학폭위를 열 것을 주장했지만 이후 사과만 하면 된다고 한 것으로 생각해 학폭위를 열지 않았다. 이후 A 양이 지난 10월 말 경 학폭위를 열 것을 주장해 준비를 했는데 (준비) 자료를 내지 않아 (학폭위를) 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A 양이 따돌림에 시달리다 자해까지 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학폭위 열지 않았다는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요청에도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이 조치를 학교의 장이 이행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학폭위를 열지 않았고 피해학생은 급기야 자해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B여고 측은 학생이 자해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대전시교육청에 사안을 보고하고 학폭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A 양의 담임교사는 “A 양이 따돌림을 당했는지 여부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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