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피의자’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이 4차 대국민담화 대신 집권여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거취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돼 초래된 국정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들과 의원들에게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 협조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또 ‘내년 4월 퇴진 및 6월 조기 대선’ 당론을 무효화하고, 오는 9일 국회의 탄핵 표결에 자유투표 당론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를 수용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재 심리가 완료될 때까지 사임(辭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한편, 탄핵소추안 표결을 사흘 앞두고 박 대통령이 담화를 생략한 채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것은 직접 자신의 퇴진에 관한 육성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이날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대통령의 4월 조기 퇴임은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한 카드”라며 박 대통령이 희망을 걸어온 ‘질서 있는 퇴진’에 빗장을 친 가운데,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차 담화에서 제시한 대로 ‘안정적 정권 이양과 법 절차에 따른 퇴진’ 구상에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과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을 가장 합리적인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친정인 새누리당에 “탄핵 열차를 멈춰 세워달라”는 사실상의 마지막 호소를 한 셈이지만 ‘떠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전히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고, 비선실세 비리는 본인과 무관한 측근들의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 탄핵 심판을 통해 ‘최후의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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