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 '지극히 당연한 여섯'

‘지극히 당연한 하나를 위해 싸워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여섯 소설.’

대전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잡지 월간토마토가 자사 문학상(단편소설 공모전) 수상작들을 엮어 첫 작품집 ‘지극히 당연한 여섯’을 발간했다.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소설이 만나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극히 당연한 여섯’에는 혼자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혼녀, 친했던 친구에게 왕따를 당하는 소녀,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 다른 사람이 되길 꿈꾸는 프랑스 유학생, 적당히 속물적인 게스트하우스 사장, 부지런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다가 사라져버린 한 집안의 가장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삶을 그린 여섯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내며 겪는 고민과 고뇌가 한데 모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이 세상에 대해 때론 울분을 터뜨리고, 혹은 냉소하며, 그러다가 스스로를 조롱한다. 당연한 가족, 당연한 일터, 그리고 당연한 나 자신. 당연한 하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투쟁해야만 한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런 우리를 닮아있다. 삶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가 이 여섯 편의 단편소설에 담겨 있는 것이다.

제1회 수상작인 박덕경의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은 사랑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고독한 내면이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진경은 남편의 외도로 갑자기 이혼하게 되고, 아직도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깊은 고독감 속에 진경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반문한다.

제3회 수상작인 한유의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10대 소녀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맑은 문체로 그렸다. 순정은 이주, 나래, 미호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한때 나래와는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픈 날들이지만 꿋꿋하게 버틴 순정은 가해자인 그들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음을 알고 연민을 느낀다.

제4회 수상작인 김민지의 ‘어떤 기시감’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때 잘나가던 영화감독 경우는 최근에 일이 없어 거의 백수와 다름없다. 예인은 그에게 늘 힘을 주는 뮤즈 같은 존재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뜻밖의 불행 앞에서 예인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경우의 세계도 흔들린다.

제5회 수상작인 신유진의 ‘검은빛의 도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신자유주의의 문제,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비판적 시각에서 다뤘다. 클레르몽페랑에서 사는 히피, 농성하는 불법 이민자, 마약을 파는 아이를 동질감을 갖고 바라보는 프랑스 유학생. 서로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낯선 도시에서 유랑인으로 존재하는 주인공의 잿빛 시선이 담담하다.

제6회 수상작인 이우화의 ‘김우식’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비판적 시선과 문제적 캐릭터 설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L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40대 사장은 김우식이라는 남자를 매니저로 채용한다. 김우식이라는 의외의 인물의 등장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게스트하우스 운영 시스템은 모순을 드러낸다. 더불어 사장의 그럴듯한 인생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제7회 수상작인 염보라의 ‘마그리트의 창’은 오해로 점철된 관계들 속에서 내게 익숙한 누군가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반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평소에 성실하고 순응적이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간판 제작업과 원룸 임대를 하던 아버지는 여름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거나 혼자 일기를 쓰는 엉뚱한 면을 보이기도 했는데, 딸은 실종됐던 아버지의 모습을 원룸 202호에서 우연히 목격한다.

한편, 월간토마토문학상은 지난 2009년 제정됐으며 이듬해 제2회 공모전의 경우 수상작이 없다. 월간토마토는 ‘지극히 당연한 여섯’ 출간을 기념,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중구 대흥동 그린빈버찌라이브하우스에서 작가들과 대전 출신의 펑크 밴드 ‘버닝햅번’ 등이 함께하는 ‘불금낭독회’(12월의 소설로 불타는 금요일 밤)를 갖는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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