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아파트 단지 여러 곳에서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감축 카드를 꺼내들며 입주민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등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구 B아파트에서 경비원 14명 감원 제안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붙은 데 이어 이번엔 유성구 A아파트에서 경비원 해고 칼바람에 맞서는 주민들이 등장했다. 최저임금제가 되레 경비원들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주민 간 갈등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은 이래저래 요원해 보인다.

◆“부당하고 졸속한 처리”라는 반발

지난 23일 유성구 A아파트에 올해 8명, 내년 24명 등 모두 32명의 경비원 감축을 알리는 게시글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익명이었던 서구 B아파트와 달리 자신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기재한 주민 C 씨는 대자보를 통해 입주자 대표회의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힘을 모아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C 씨는 “이 문제가 과연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이런 중대사는 입주자 전체 찬반 투표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연차적 감원을 이미 승인·의결한 후 주민들이 잘 보지 않는 주말을 포함해 단 4일만 게시해 모르는 주민이 태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경비원들은)경비업무 외에도 눈 치우기, 주차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 과연 무인시스템으로 대책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C 씨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의 찬반 투표를 요구하기 위해 전체 주민의 10% 이상을 목표로 'A아파트 경비원 인원 감축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앞서 벌인 온라인 토론장 서명운동에서는 이미 23일 기준 서명 목표인 400명을 웃도는 525명의 서명이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경비원들

궁지에 몰린 A아파트 경비원들이 힘을 받고 있다. 비슷한 처지인 서구 B아파트가 주민 대자보를 계기로 경비원 감축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한 데다 A아파트 주민들도 자신들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경비원들은 'A아파트 경비원 인원 감축 반대 서명'을 위해 호소문을 작성하고 나섰다.

한 경비원은 “현재 60여 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2동에 한명, 많게는 3동에 한 명씩 맡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휴게시간을 무리하게 늘려 임금을 낮췄어도 정년이 70세까지여서 그래도 몇 년 더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았었다. 하지만 올해 경비원 8명을 해고하면서 정년도 70세에서 67세로 줄이겠다니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나이가 차 24명이 나가게 된다”고 대량해고 사태를 하소연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관리사무소

관리사무소 측은 비용절감과 주민편의 사이의 고충을 알고 있지만 찬반투표를 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 힘들다는 게 관리사무소의 설명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도 입주자 대표들과 아파트 주민 사이의 갈등을 인지하고 있지만 올해 8명 감축은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번복하기 어렵다”며 “내년 감축분에 대해서라도 주민 찬반투표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년으로 해고되는 24명의 인원은 다른 어르신들을 고용할 계획이다. 감축으로 끝나는 사항은 아니다”며 “인원 감축에 따른 무인시스템만의 한계를 알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나름의 고충을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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