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숨어있는 '음흉한 눈' 다 잡아낸다

▲ 손지은 순경과 서미정 대전전파관리소 직원이 대전의 한 수영장 여성탈의실에서 몰카 탐지를 하고 있다(서부서 제공)

지난 25일 오후, 발가벗은 사람들을 헤집고 대전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와 대전전파관리소 직원들이 A 체육센터 수영장 탈의실 안을 꼼꼼히 살핀다.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눈빛을 뒤로한 채 여성 탈의실에서는 손지은·신영은 순경과 서미정 대전전파관리소 직원이, 남성 탈의실에서는 이창우 서부서 여청계 계장과 이권 대전전파관리소 이용자보호과 팀장이 영상감지장치와 VHF수신기를 작동시키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이들이 유심히 찾고 있는 그것, 바로 몰래카메라였다. ‘몰카가 감지되면 신호가 나타나는’ 기기를 바라보는 경찰과 전파관리소 직원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최근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지난 1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집중단속기간을 정해 점검을 펼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대전지역에서는 230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09건, 올해도 52건이 발생하는 등 지역에서 몰카 범죄가 잇따랐다. 지역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자는 다행히 대부분 검거됐지만, ‘자신의 은밀한 신체부위가 노출’되는 우려가 있는 만큼 검거에 앞서 범죄예방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여성들의 짧아진 옷차림을 몰래 찍거나 여성의 신체 특정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몰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경찰과 전파관리소 직원의 발놀림이 분주했다. 이날도 그랬다. A 체육센터 점검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B 종합복지관으로 향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라는 손 순경의 말에 B 종합복지관 관계자들은 탈의실로 경찰과 전파관리소 직원들을 안내한다. B 종합복지관 관계자는 “매년 경찰과 전파관리소 분들이 점검하고 계신다. 고객 분들이 안심을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고마워했다.

손 순경 등은 이내 여성 탈의실로 들어가 점검을 시작했다. 점검에 나선 이들은 전파탐지기를 사용해 구석구석을 살폈다. 여성 탈의실은 몰카 범죄 위험성이 높은 만큼, 점검에 나선 경찰과 전파관리소 직원들은 ‘렌즈파인더(특수 렌즈파인더를 이용해 숨겨진 카메라 렌즈를 탐지할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철저한 점검 속에 몰카 범죄가 발 붙일 틈은 거의 없어 보였다.

경찰과 전파관리소의 합동 점검활동에 탈의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한결 안심하는 모습이다. 여성 C 씨는 “(탈의실에)몰카가 없으려니 생각하지만 마음 한 켠의 불안감이 없지 않다. 이렇게 경찰과 유관기관이 함께 나와 점검을 해주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몰카 범죄 의심 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손 순경은 “휴가철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을 찾는 시민들에게 몰카는 불청객 같은 존재다. 즐겁고 안전한 휴가가 되도록 경찰은 점검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몰카가 의심되거나 누군가 자신을 촬영하는 것 같다면 망설이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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