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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오백리길 … 그곳에 가면] 내륙의 바다 대청호서 즐기는 예술가와의 산책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기사승인 2017.09.13  2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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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코스 : 4구간 황새바위 산책, 도란도란 콘서트, 세천 막걸리 시음회

#. 아는 만큼 보인다

대청호 전문작가와 함께하는 감성 트레킹
해설 들으며 한 걸음, 호반 매력에 두 걸음
바쁜 일상속 자연이 주는 느림의 美 만끽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거북이 바위 전경

자연은 만물의 근원이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시작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은 지구의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고 살아야 하지만 개발에 밀려 보존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마존의 밀림이 계속된 벌채로 사라지고 있고 북극의 빙하가 점차 녹는다는 소식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게 무궁무진하다. 자연에서의 힘, 가령 바람이나 물을 빌려 동력을 얻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또 일례로 완치가 어렵다는 아토피 역시 자연에서 완벽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자연에선 우리가 배울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대청호 역시 자연 중 일부인 만큼 많은 지식을 잠재했다.

   
박석신 작가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있어 보이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보고

“대청호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요? 학계, 아니면 언론계? 아닙니다. 대청호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알죠.”

대중작가가 아니라 대청호 전문작가라고 자칭하는 박석신 작가가 자신 있게 말했다. 매일 대청호를 보는 그지만 눈은 마치 처음 본다는 것처럼 반짝였다. ‘나만큼 대청호를 아는 사람은 없을 걸’이라는 자신감에 찬 눈빛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대청호로 옮기기 시작했다.
 

   
박석신 작가가 전하는 대청호 이야기

“대청호가 큰 호수긴 하지만 그렇다고 빨리 걸으면 안 됩니다. 천천히 걷고 하나하나를 모두 느껴보며 걸어야 해요. 자칫 못 보고 지나갈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 대청호엔 있으니까요.”

박 작가는 첫걸음마를 배운 아기도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발걸음을 디뎠다. 하지만 고개는 사주경계에 철저한 군인보다 더 날카롭게 사물을 관찰했다. 

그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방을 둘러봤지만 절정에 오를 정도의 경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박 작가가 걸음을 멈추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꽃 앞에 다가갔다. 그냥 이름 모를 꽃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평범하고 평범한 작은 분홍의 꽃에 손을 건넨다.

“이 꽃 이름이 무언지 아시나요? 며느리밑씻개라는 꽃입니다. 며느리는 말 그대로 며느리고 밑씻개는 밑을 씻는 것이란 말입니다. 이름 재밌죠?”

입 꼬리를 올리며 씩 웃는 박 작가가 어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박 작가에 따르면 며느리밑씻개는 며느리를 탐탁지 않게 보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일을 나갔다. 며느리는 워낙 밭일이 힘들어 농땡이라도 피울 생각으로 볼일을 보러 간다고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눈을 피해 농땡이를 피우다 적당한 곳을 찾아 볼일을 본 다음 시어머니를 불렀다. 닦을 것을 달라고 한 것이다. 시어머니는 적당한 잎을 찾다 한 꽃을 발견했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미세하게 여러 가시가 있는 꽃이었다.

 ‘옳다구나’ 하고 시어머니는 꽃과 잎을 여러 장 따 며느리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가시가 있는 줄 몰랐던 며느리는 밑을 닦다가 여러 날을 고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이렇다고 한단다.
 

   
 

한참을 설명하던 박 작가는 곧바로 또 다른 옆의 작은 나무로 간다. 이 역시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이 나무가 한 마을을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 아십니까"

나무 하나가 마을을 먹여 살렸다는 말이 실감이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자 박 작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씩 웃는다.

그는 “이 나무 이름은 분지나무, 즉 산초나무란 것입니다”라며 싫지 않은 이야기보따리를 다시 푼다. 이종국이란 작가가 고려가요 중 ‘동동’ 중에 ‘분디나무젓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내용을 듣고 분디나무가 뭔지 궁금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의 모든 일을 뒤로한 채 분디나무를 찾기 위해 언어학자는 물론 역사학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결국 분디나무가 분지나무란 것을 안 이 작가는 분지나무로 젓가락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마을 어르신들에게 소개하며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 젓가락은 마을의 유명한 상품이 됐다. 지금은 충북 청주로 통합된 청원의 유명한 분지젓가락이다.

“이 젓가락은 제일 저렴한 게 무려 5만 원입니다. 미래의 먹거리도 결국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죠.”

이젠 그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싶어졌다. 그 순간 돌부리에라도 걸린 것처럼 크게 넘어질 뻔했다. 육두문자를 뱉기 전 품위를 갖춰 잘 보니 풀을 서로 엮어 놓은 함정이었다.

“결초보은이네요. 누군가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것이죠.”


‘이게 뭔 소리지? 결초보은이라고?’이라고 어리둥절해 하니 박 작가는 허름한 가게에 오랜만에 단골이라도 방문한 주인처럼 크게 웃었다. 그리고 썰을 풀기 시작했다. 

이번엔 과거 중국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晉)나라의 장군 위무자는 전쟁에 나가기 전 항시 아들인 위가와 위인에게 “내가 죽거든 내 첩 조희를 좋은 집에 시집 보내거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위무자는 전쟁터에서 삶을 마감하지 않고 자택에서 조용히 죽음의 순간을 기다렸다. 위무자는 아들을 불러 “내가 죽거든 조희를 함께 묻어달라”한 뒤 생을 마감했다. 

위인은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야 한다고 했으나 장남인 위가는 “아버지의 정신이 멀쩡했을 때의 말이 진심”이라며 조희를 좋은 집으로 시집보냈다. 

훗날 위가가 전쟁에 나갔다. 상대편 장수는 진(秦)나라의 명장 두회였다. 그러나 위가는 두회에게 패해 쫓기기 시작했고 어느 이름 모를 마을까지 도망갔다. 

그런데 두회의 말이 어느 노인이 엮은 풀 때문에 계속 넘어지는 것이었다. 말이 자꾸만 넘어지자 두회는 말에서 내려 싸웠지만 역시 풀에 걸려 넘어져 결국 포로가 됐다. 

결국 위가는 승리했고 그날 저녁 꿈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조희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장군이 선친의 명을 따라 딸을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미약한 힘으로 잠시 장군을 도와 드렸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제 결초보은의 어원은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황새바위에 앉아 이번엔 진지한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한다. 이제 그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고 싶었다.

“대청호엔 세 부류의 주민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수몰지구에서 오신 수몰민, 원래 터를 잡고 살았던 원주민, 그리고 저처럼 타지에 와 둥지를 튼 이주민까지. 사실 대청호 주민 간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사실 쉽게 하기 힘들지만 천천히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오네요. 인생을 사는데 속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처럼 과정이 중요한 거죠.”

가벼운 마음에 대청호를 찾아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당신은 우리의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짧게나마 상승한 지식으로 한껏 고조에 올라 뭐든 물어봐도 척척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이번엔 한기복 타악가의 쓴소리가 이어진다.

“우리 민요를 부를 줄 아세요? 한복을 직접 입을 줄 압니까?”
 

   
 

말문이 턱 막혔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노래는 모두 팝송이거나 대중가요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본 민요라고 해봤자 어릴 적 음악시간에 배운 아리랑이 다였다. 또 한복은 언제 입은 게 최근인지 생각했지만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한국인이 한국의 전통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장구 하나 들고 56개국을 돌며 공연을 했습니다. 정작 외국인들은 우리의 고유문화에 대해 칭찬합니다.”

꿀이라도 먹은 벙어리처럼 유구무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타악가는 곧바로 굿거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장구를 친다. 

양손이 번갈아 장구를 치며 신명나는 가락을 들려준다. 이 세상 어느 타악기라도 이처럼 신나는 박자와 음을 들려주지 못한다. 

   
 

서양의 드럼정도가 장구의 박자와 음을 흉내 내겠지만 드럼을 전통악기라고 보긴 힘들다. 한 차례 신명난 박자에 어깨가 들썩거릴 때 이번엔 춘향이처럼 아리따운 소리꾼이 수궁가와 홍보가, 춘향가를 차례로 들려준다. 

수궁가에선 용왕에게 토끼를 데려오라는 별주부의 심란한 심정이, 흥보가를 통해 금은보화를 얻게 돼 기쁜 흥보의 기쁨이, 춘향가를 통해 이몽룡을 위해 수청을 거부한 춘향이가 결국 옥에 갇힌 슬픔이 눈에 보였다.

 

#. 우리의 것을 찾아서

자연 벗삼아 국악 명인과 흥겨운 한마당
소통 참여형 '미니 콘서트' 감동의 울림
세천막걸리 시음 등 풍류의 맛과 멋 선사

 


“어떠세요? 직접 들어보니 신나지 않습니까. 이처럼 우리 민족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음악을 들으면 흥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좋은 공연은 맥을 이어가야 하는데 국악공연이 있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뭔지 않으세요? 무료냐고…. 뮤지컬에는 수십만 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국악에 1만 원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소리는 결국 길을 잃고 맙니다.”
 

   
 

절로 어깨춤이 나올 정도로 우리 민요가 이렇게 신명났던가. 주체성 없이 다른 나라의 것을 좇았던 사대부가 지금의 우리와 다를 게 없지 않나. 우리의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을까. 

자아비판이 계속되자 부끄러웠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안다는 건 결국 염치가 있다는 것이다.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안다는 뜻이다. 

체면을 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체면을 차리기 위해 빠르게 자신을 변화하다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청호에서의 산책처럼 느리지만 과정을 중요시해 보자.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총평★★★★☆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가 추진하는 ‘대청호에서 즐기는 예술가와의 산책’은 가히 최고라 할 정도다. 대청호 주변을 거닐며 좋은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신나는 음악까지 함께 하는 데다 세천막걸리 시음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1인당 1만 원의 참가비는 매우 저렴하다. 점심은 대청호에서 맛볼 수 있는 온갖 채소반찬이 제공되는데 입맛을 돋운다. 다만 판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란도란콘서트가 대청호가 보이는 곳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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