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노쇠화와 청년실업 해소책으로 지난해 등장한 전통시장 청년창업지원사업이 예상과 달리 빛을 못 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몸부림치는 젊은이들을 전통시장으로 유입시켜 청년에겐 기회를 전통시장엔 활력을 불어넣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신선한 시도였지만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렸다. 지원사업과 맞물려 400여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창업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사업의 구조적 한계와 극복 대안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상. 전통시장 청년점포의 그늘
중. 용두사미로 끝날 위기
하. 그늘에서 벗어날 운영의 묘

 

지난해 4월, 대전 중구 태평시장에 ‘청년맛it길’이라는 새로운 전통시장 브랜드가 탄생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통시장 청년창업지원사업의 신호탄이었다. 시장상인의 고령화로 문을 닫은 빈 점포에 청년창업가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활기가 돌았다. 10여 명의 청년상인들이 점포를 꾸며 성공창업의 꿈을 키웠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전통시장 점포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했고 지역 중견기업들도 플래시몹 행사 등을 통해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응원했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장은 고사하고 오픈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점포가 늘었다. 태평시장에선 1년 새 7곳이 폐업했다. 전통시장 청년점포의 첫 주자라는 상징성이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남은 가게들도 하루하루 매출 걱정을 하면서 폐업의 수순을 밟고 있다. 경영을 하는 게 아니라 근근이 버티고 있는 거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유천시장 청년삼거리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6곳이 벌써 문을 닫아 점포 수가 1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자체의 임대료 지원이 끝나자 대부분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불이 꺼진 청년삼거리의 한 점포엔 상하수도요금과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 청구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청년창업지원점포’라는 홍보문이 붙어있는 점포에서도 활기 넘치는 청년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손님을 반긴다. 어느새 주인이 바뀌었다. “전 주인(청년창업가)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둥지를 튼 청년상인들은 이 같은 폐업을 정해진 수순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원을 받아 창업을 했으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점포 운영 과정에서 느낀 지원사업의 구조적 한계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창업 초기에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은 너무나 험난해서 청년창업가에겐 이를 감당할 힘도, 노하우도 없는데 재정적 지원은 1년이 끝이다.

폐업절차를 밟은 한 청년 상인은 “오픈하고 3개월은 어느 정도 손님이 모였지만 점차 발길이 뜸해졌다”며 “손님을 잡기 위해 값을 내리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메뉴를 늘렸지만 소용없었다. 낮장사로 부족해 저녁 술장사까지 영업시간을 늘려봤지만 몸은 축나고 운영은 점점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아직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 청년창업가도 “버티고는 있지만 월평균 150만 원도 못 버니 차라리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겠다 싶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가게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처음과 달리 홀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정이 가득했던 이들의 눈엔 피로감만 역력하다.

전국적으로 청년상인 지원 점포는 400여 개가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 중 100여 곳이 폐업했다. 10곳 중 2곳이 1년을 버티지 못한 거다.

전통시장 청년점포는 평균 40시간의 창업교육을 받고 170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창업 목적에 맞게 썼다면 다시 돌려줄 필요도 없다. 청년상인 창업지원으로 그간 153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청년몰 조성사업 예산 270억 원까지 포함하면 423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일각에선 “아직 사업 초기다. 어떻게 다 성공만 할 수 있나.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창업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하지만 청년에게 창업 현실의 가혹함을 가르친 대가로 보기엔 이 같은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