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살던 노인 이 모(78) 씨는 결국 평소 앓던 병으로 고생하다 가족들의 권유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그는 요즘 병원에서 나가겠다며 가족들과 씨름 중이다. 하루 6~8시간 정도 곁에 있는 간병인 때문이다. 하필이면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라 소통도 어려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게 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요양병원에선 예외인 모양이다. 요즘 요양병원에선 간호·간병에 불만을 쏟아내는 노인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간병인 문제다. 특히 인건비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대다수의 요양병원이 외국인 간병인을 고용하면서 환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

요양병원에 고용되는 간병인은 간호사보다 많은 일을 한다. 환자의 침구 교체는 물론 목욕, 식사, 약 복용 등 환자의 손과 발이 되는 일을 맡기 때문이다. 환자의 안정에 큰 영향을 주는 간병인의 역할에 비춰볼 때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대다수의 요양병원은 재정 여건을 이유로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더구나 요양원의 경우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한 요양보호사들을 채용하지만 요양병원은 간병인 채용 기준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3~5일의 실습만 거치면 비교적 쉽게 채용될 수 있다. A 요양병원 관계자는 “내국인 간병인은 인건비가 비싸 채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병인 문제가 대두되면서 병원에서도 외국인 간병인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하곤 있지만 처우가 열악해 그마저도 근근히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털어놨다.

간병인을 고용한 보호자들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간병인에 의한 환자 폭언·폭행, 비윤리적 태도 등 언론매체를 타고 보도되는 요양병원 소식에 혹시나 내 가족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간병인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간병인들이 고용보험 등 근로자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간병비 급여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게 간병비가 지급되지 않아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데 이로 인해 입원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하며 제도화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간병인을 둘러싼 문제는 간병비 급여화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외국인 간병인이 늘고 있는 건 병원 입장에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고 이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건 결국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며 “간병비 급여화에 따른 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적절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복지부가 제도화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