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은 보장, 사용자는 책임 확대
‘노란봉투법’, 환노위 법안소위 통과
정국 경색 국면서 여야 대립각 첨예
법사위에 본회의까지 난항 이어질 듯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정국 경색 국면에서 ‘노란봉투법’이 또 다른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환노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이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이어왔는데 야당(민주당·정의당)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거다. 다만 이제 고개 하나를 넘었을 뿐 여전히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정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born in 2015
노란봉투법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4만 7000원을 넣은 노란봉투를 보낸 데서 유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금 캠페인이 시작됐고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 7000만 원이 달성됐다. 모금운동이 활발해지자 이듬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34명이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노사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사안이라 국회 논의는 공전에 공전을 거듭했고 그렇게 19대, 20대 국회가 지나갔다.
노란봉투법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건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의해서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금속노조 관계자를 대상으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속을 제기했고 야당은 즉각 노란봉투법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또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화물노조 파업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화물연대를 노동자 결사체가 아닌 사업자단체로 규정, 화물연대 파업에 ‘불법’의 딱지를 붙이자 더불어민주당은 원안을 더 강화한 수정법안을 도출했다.

◆노조법 2·3조
현행 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노동쟁의’, ‘쟁의행위’ 등 노조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를 담고 있고 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항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화물연대 파업 등 노조법 2·3조를 둘러싼 문제가 되풀이된다는 게 문제다.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밖엔 답이 없는 거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권과 관련해선 헌법적 보호의 틀을 확대하고 사용자와 관련해선 책임의 범위를 넓힌 게 골자다. 개정안은 우선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는데 이에 더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도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했다. 고용형태 다변화에 따라 양산되고 있는 간접고용·특수고용을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도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사용자의 범위도 넓혔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정의하는데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 등도 사용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도급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가 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원청 사용자가 권한만 행사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정작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다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노동쟁의와 관련한 사항의 경우 이익분쟁만 가능했던 쟁의행위의 범위를 권리분쟁까지 확장했다. 현행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노동조건과 근로자의 지위,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넓혔다. 파업 등 쟁의행위의 목적 범위를 넓힌 것인데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리해고, 단체협약 위반, 임금체불 등에 따른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는 1996년 노조법 개정 전까진 가능했던 것이며 ILO(국제노동기구) 역시 임금 등 단체협약 의제만을 쟁의행위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고 권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파업의 경우 ‘정리해고 반대’가 목적이었던 만큼 시작부터 불법으로 규정돼 더 큰 사회적 비극을 초래했다.
개정안은 특히 노란봉투법의 본류이기도 한 노조법 3조와 관련해 쟁의행위 등에 따른 면책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손해배상청구 제한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석되고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강했다. 사측의 손배소 제기가 더 이상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를 상대로 한 보복 조치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희망을 담았다. 다만 다만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을 제한하는 조항은 제외됐다.

◆견고한 ‘반대’ 프레임
야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 여당(국민의힘)의 반발 역시 저항력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공청회는 물론 3차례에 걸쳐 충분히 논의했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소위를 통과했다”며 법 개정안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있어 중대한 진전”이라며 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 의미를 부각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 있는 국힘은 개정안을 거대 정치 노조인 민노총의 청부입법, 불법파업 조장법, 민노총 방탄법 등으로 규정하고 일단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다만 야당의 발언권이 강해 상임위 통과는 시간 문제다.
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간다. 법사위 역시 야당이 다수지만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때부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국회법에 따라 안건의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야당의 의지의 문제다. 본회의 심의 역시 야당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미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터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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